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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하늘과 새 땅

성경적 세계관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만물이 회복될 것을 믿으며, 그런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하늘은 천국이고, 땅은 지옥인가?

두 사람이 있는데 한 사람은 데려감을 당하고, 한 사람은 버려둠을 당했다(눅17:35). 자, 당신은 누가 구원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마 대부분 데려감을 당한 사람이 구원을 얻었다고 답변할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의 말씀에는 그렇게 판단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 단지 우리 마음에 '하늘=천국, 땅=지옥'이라는 명제가 자리잡고 있을 따름이다.

처음에 '세계관'이라는 생소한 개념을 접하고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으며, 얼마나 큰 혼란이 있었는지 모른다. 그것도 '성경적 세계관'이라는데, 도대체 내가 성경을 어떻게 읽었길래 '성경 이야기'가 왜 그렇게 충격적으로 와 닿는지 그게 더 충격적이었다. 나중에는 그게 '개혁주의적 세계관'이라는 데 더 충격을 받기도 했지만... (나는 가장 철저한 개혁주의 신학노선을 따른다는 교단과 교회에서 20년 넘게 신앙생활을 했다.)

암튼 앞의 예화는 내가 사람들에게 성경적 세계관을 소개할 때 가장 먼저 꺼내는 이야기다. 그 내용을 강의하기에 앞서 왜 우리에게 바른 세계관이 필요한지, 우리는 실제로 어떠한 세계관을 갖고 있는지 등을 환기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세상을 마치 예전의 영지주의자들이 주장했던 것처럼 반드시 벗어나야할 '육체'쯤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음이 밝혀지고 나면, 한번쯤 '도대체 그럼 뭔가?'라는 생각에 빠지게 된다.

노아의 때(눅17:26-27)와 롯의 때(눅17:28-29)를 생각해 보자. 누가 데려감을 당했고, 버려둠을 당했는가? 아이러니하게도 심판을 당해서 멸망당한 사람들은 한 사람도 이 세상에 남지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구원'을 생각하면 에녹처럼 하늘로 올라가는 장면을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 죄 많은 이 세상, 그렇게 떠나고 싶은가? 떠나라, 하지만 하나님이 창조하신 이 세상(창1:31;요3:16)은 두고 떠나라!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옵시며

심판날에 천국은 하늘에 자리잡고, 이 땅(지구)에는 뜨거운 불에 휩싸인 지옥이 자리잡을 거라는 생각은 성경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전설에 의한 것이다. 또는 죽은 뒤 지옥에 가지 않고, 천국에 가고 싶은 욕망도 역시 마찬가지다. 성경을 알지 못했던,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못했던 우리 조상들도 그런 생각은 할 수 있었다. 그건 성경이 우리에게 알려준 '복음'이 아니다. 단지 예수 그리스도를 그런 천국으로 갈 수 있는 자격을 주는 '차표'쯤으로 생각하는 그런 발상은 오히려 반(反)성경적이다.

이런 세계관을 가진 사람이 세상을 사는 목적은 오로지 자신을 향한다. 천국 가기 위해서 무엇을 한다해도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다. (한편 내세가 없다고 확신하는 사람에게는 '죽기 전에' 누릴 생각밖에 없다.) 단기적으로 자기 생애를 이 세상의 유효기간으로 생각하나, 장기적으로 주의 심판 때까지를 이 세상의 유효기간으로 생각하나 이 세상이 폐기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성경적 세계관은 이 점에서 반론을 제시한다. 폐기될 세상에서 과연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인가?

사실 신구약 성경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바는 '폐기'가 아니라 '회복'이다.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이 어떤 이유에서든 폐기된다면, 하나님은 창조의 실패자가 된다. 하지만 창조주 하나님은 이 세상을 구원하실 계획을 세우셨고, 그 때문에 그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이 땅에 보내셨다. 인류의 역사는 구속사(redemptive history)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자기 백성을 구원하시려는 역사이고, 그 백성들을 통해 이 세상을 구원하시려는 역사이다(롬8:19-21).

이 세상이 새롭게 되어 영원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바라보는 세계는 처절하다. 해야 할 일이 많다. 피할 곳이 없고, 피할 방법이 없다. 이 땅은 전쟁터이고 우리는 군사들이다. 그러나 전설 속의 천국을 꿈꾸는 사람은 피난민이 되고 만다. 싸울 이유가 없다.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였고 싸움이 시작되었지만, 본국 소환만을 기다린다. 이렇듯 세계관은 삶의 목적과 태도를 결정한다.


새 하늘과 새 땅

이 세상은 어떻게 생겨났는가? 이 세상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 두 물음은 우리의 신앙과 세계관을 가른다. 이 지구와 인류가 우연에 의해 생겨났고, 또 우연에 의해 사라지고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이생의 자랑이 있을 뿐이지 그 이상의 소망은 없다. 하지만 하나님의 창조를 믿는 사람이라면 그분을 알고 자기를 부르신 그분의 뜻을 따라 살려고 힘쓰며, 그분의 영원하심을 믿기에 영원을 믿으며 소망을 갖는다.

그렇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 것인가. 물론 정답은 '새 하늘과 새 땅(계21:1)'이다. 하지만 이것은 두 가지로 해석된다. 전혀 새로운 창조가 될 것인가, 아니면 현재 창조계의 갱신이 될 것인가. 그 중에서 개혁주의 신학은 '갱신'을 지지하는데, 나는 20년 동안 그런 설교를 한번도 들은 적이 없었다(아니면 들었어도 깨닫지 못했던가). 성경이 그렇게 기록되어 있는데,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있다는데 나만 몰랐나?

성경은 '만물의 회복'에 대하여 기록되어 있으며(마19:28;행3:2), 하늘과 땅은 예수 안에서 하나가 된다(마6:10;엡1:10;골1:20). 하나님의 계획을 알고서야 하나님의 나라가 임한다(come)는 뜻도 알게 되고, 예수 그리스도의 다시 오심(come)도 간절히 기다리게 된다.

주님께서 다시 오시는 마지막 날, 하나님의 나팔 소리 가득한 그 날에 우리는 (아직 살아있다면) 공중에서 주님을 영접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주님과 항상 함께 살게 된다(살전4:14,17). 데살로니가전서에 바울이 기록한 이 장면은 요한계시록에도 그대로 그려진다(계21:2,3). 그리고 그 때 우리는 우리의 거할 새 예루살렘에 '만국의 영광과 존귀(계21:24,26)'를 가지고 들어가야 한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가지고 나아갈 것인가? 하늘이 불에 타서 풀어지고 체질이 뜨거운 불에 녹아지고, 그리하여 땅과 그 중에 있는 모든 일이 드러나 새 하늘과 새 땅이 장엄하게 펼쳐졌을 때(벧후3:10,12,13), 그 때 우리에게 남은 것이 없다면 얼마나 부끄럽겠는가?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노라고 항변해봐야 소용없다. 이것은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부르신 뜻대로 살아야 할 이유이다. 다른 데로 도망갈 생각 하지 마시라!

"... 이 터는 곧 예수 그리스도라 만일 누구든지 금이나 은이나 보석이나 나무나 풀이나 짚으로 이 터 위에 세우면 각각 공력(work)이 나타날 터인데 그 날이 공력을 밝히리니 이는 불로 나타내고 그 불이 각 사람의 공력이 어떠한 것을 시험할 것임이니라 만일 누구든지 그 위에 세운 공력이 그대로 있으면 상을 받고 누구든지 공력이 불타면 해를 받으리니 그러나 자기는 구원을 얻되 불 가운데서 얻은 것 같으리라" (고전3:11-15)

by 나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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