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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먼저, 개발은 나중에

디자인을 먼저 완성한 후에 개발은 그 디자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 훌륭한 프로젝트 매니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디자인이 없으면 작업을 언제 멈추어야 하는지 판단하기도 어렵다.
예전에 "정신병원에서 뛰쳐나온 디자인"이라는 번역서를 읽고서, 어떤 프로젝트이든지 디자인(설계) 먼저 완성한 다음에 개발을 해야 한다는 것을 배운 적이 있다. 비주얼 베이직을 개발했던 앨런 쿠퍼가 쓴 책인데, 그 책에서 인터랙션 디자인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다. 그리고 개발자들이 완성된 디자인도 없이 개발을 시작하는 것이 얼마나 시간을 낭비하고 프로젝트를 망치게 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앨런 쿠퍼는 내 곁에 없다. 그가 쓴 책만이 그저 책꽂이에 꽂혀 있을 뿐이다. 그 책은 내가 펼쳐서 읽지 않는 이상, 내게 아무런 충고도 해 주지 않는다. 결국 나는 다시 디자인 없이 개발을 시작하는 '위험한' 프로그래머로 돌아가고 있었다.

게임사이트를 기획하면서, 온라인 게임 기획서를 읽을 때도 디자인은 강조되었다. 훌륭한 프로젝트 매니저들의 한결같은 충고는 '디자인 먼저 하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원칙은 머리 속에 있는 듯 하면서도, 당장 앞에 어떤 프로젝트가 놓이게 되면 물불을 안 가리고 개발에 착수하는 버릇은 여전하다. 돌이켜 보면 시간을 낭비한 것이다.

최근 개인적으로 진행하고 있던 프로젝트가 그랬다. 디자인도 없이 임시적으로 리뉴얼을 단행했는데, 문제는 리뉴얼 작업을 중단하지 못한 것이다. 디자인이 없으니 어디서 작업을 멈추어야 하는지도 판단하기 어려운 것이 당연했다. 디자인을 제대로 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중간에 임시 리뉴얼을 계획했던 것인데, 리뉴얼 작업을 하면서 오히려 완성되지 않은 디자인을 가지고 개발에 착수한 꼴이 되고 말았다.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린 것은 다행이다. 이제 다시 접어두었던 디자인 문서를 꺼내서 완성해야겠다. 정신병원에서 얼른 뛰쳐나가야지...

by 나쥬니

태그 : 디자인, 프로젝트 개발, 프로그래머, 디자이너, 인터랙션 디자인, 정신병원, 웹 기획, 게임 기획, 프로젝트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