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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은 짧고 굵게

오랜 개혁은 사회 구성원들을 피곤하게 할 뿐이다. 개혁은 속전속결로 마무리하고, 그 결과는 역사의 평가로 남겨두고 기다려 보자.
요즘 참여정부에 대한 성토가 끊이지를 않고 있다. 민심을 잃었다고도 볼 수 있다. 따지고 보면 그리 대단한 실정을 한 것도 아닌데 암튼 여론은 매우 좋지 않다. 탄핵당했던 대통령 덕분에 국회에 입성한 여당 국회의원들마저 대통령과의 관계를 저울질하고 있다.

거두절미하고, 노무현 대통령은 '개혁'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당선되었다. 참여정부는 그렇게 테이프를 끊었다.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보수언론들의 뭇매, 그리고 정치권을 지배하고 있는 지역주의... 물론 이렇게 토양은 좋지 않았다. 하지만 '농부는 땅을 탓하지 않는다'고 일갈했던 노무현이 아니던가.

더군다나 탄핵 사건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여당은 국회의석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힘'을 국민들에게 부여받았다. 그런데도 개혁이 미진하고, 국민통합을 한다던 약속은 오히려 보혁 갈등의 골만 깊게 만들었다. 한쪽에서는 개혁적이지 않다고 고개를 내젓고, 다른 한쪽에서는 진보를 넘어서 아예 '좌파'란다. 수구와 좌파,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협공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참여정부에 대하여 때늦은 진단을 하자면, 매번 이런 과정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 혁신적인 아젠다(agenda,의제)를 내놓는다.
2. 보수언론과 야당이 으르렁 거린다.
3. 한 걸음 뒤로 물러나거나, 맞서 싸운다.
4. 물러나면 언론은 비아냥거리고, 맞서 싸우면 경제 어려운데 엉뚱한 짓 한다고 여론 조성한다.
5. 결국 흐지부지 되거나, 후일로 연기된다.
6. 지지자들은 답답해하고, 반대자들은 비웃는다.
7. 다시 1번으로 돌아간다.

대통령과 정부의 철학과 방향이 옳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해서는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가 없다. 개혁 피로증. 한마디로 국민들은 이제 '개혁'이라는 말에 피곤해 하고 있다. 개혁한다며 만날 시끄럽기만 하고 별로 되어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개혁은 짧고 굵게, 빠르게 마무리해야 하는데 말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진작에 속전속결로 개혁을 마무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장기적인 계획과 사업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핵심적인 개혁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본다. 다만 그 결과를 기다리는 데 시간이 걸릴 뿐이다. 그 결과에 따라서 오늘의 개혁을 역사적으로 평가받으면 그만인 것이다.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내내 시끄럽게 개혁을 지연시킬 필요는 없다.

그래도 아직 참여정부의 생명이 1년 하고도 수개월이 남았다. 그 기간이 왜 이리 기냐고 넉두리를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기간 우리 자신 먼저 추스리고 개혁하는 기회로 삼으면 어떨까.

by 나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