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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퇴양난 칼빈주의

칼빈주의자가 구원을 죽어서 천국 가는 것으로 믿는다면 그것은 모순이다.
칼빈주의는 '하나님의 주권'을 주창한다. 구원론에서도 하나님의 주권은 강조되어, 사람이 자신의 구원을 위하여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고 오직 하나님의 '선택'만이 조건 된다. 흔히 말하는 '예정론'이다. 하나님께서 택하신 사람들을 구원하신다는 교리다.

이런 교리를 믿는 칼빈주의자가 '예수 믿어야 천당 갑니다'하고 전도를 하면, 그때부터 모순에 빠지게 된다. 구원을 하나님의 선택이라고 믿는 사람이, 전도에 있어서는 마치 사람의 선택으로 구원이 결정되는 것처럼 말하기 때문이다. 신앙과 생활의 일치를 생명처럼 여기는 칼빈주의자의 자기모순이다.

칼빈주의, 성경을 떠나면 생명을 잃는다

칼빈주의는 별나다.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문자 그대로 믿는다. 한편 보편적인 기독교리는 인간의 이성과 경험을 적절하게 활용한다. 칼빈주의는 이런 인본주의에 교리적으로 부딪히지만, 생활 속에서 또한 적절하게 타협한다. 그래서는 안 되고, 그럴 필요도 없지만 실제로 그렇다. 사실은 교리의 부재요, 신학의 부실이다. (칼빈주의가 부실하다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칼빈주의자로 소개하는 우리 자신의 부족이다.)

칼빈주의자에게 전도는 하나님의 택하신 백성을 찾는 과정이다. 하나님 아버지께서 창세 전에 이미 구원얻을 자를 정하셨고, 이미 그들을 위하여 예수 그리스도께서 피흘려 죽으시고 부활하셨다. 그리고 그들이 완전한 구원에 이르기까지 성령께서 인도하신다. 그 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인간은 아무도 없다. 다만 그들이 하루 빨리 자신들의 본분을 깨닫고 자기의 자리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죽음을 기다리는 자의 자기모순

하지만 이처럼 전도 과정에서 칼빈주의자가 자기모순에 빠지는 이유는, 구원을 죽어서 천국 가는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성경에 그런 천국의 개념은 희미하고, 구원의 개념이 그렇게 단편적이지도 않다. 오히려 하나님의 나라가 이미 임했다는 소식은 신약 성경에 가득하다. 천국 가기 위해 구원받기를 갈망한다면, 미안하지만 이미 그는 칼빈주의자가 아니다.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산다는 칼빈주의자가 아닌가? 어찌 자신의 안위를 위하여 천국을 탐하는가!

이런 자기모순은 결국 하나님이 마치 사람을 구원하시기 위하여 세상을 만드신 것처럼 설명한다. 앞뒤가 안 맞는다. 하나님은 오직 자신의 영광을 위하여 만물을 창조하셨다. 사람? 그저 피조물에 불과하다. 기껏해야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다스리는 청지기에 불과하다. 하나님이 죄인을 구원하시는 목적은 사람을 통하여 자신의 영광을 나타내실 계획을 세우셨기 때문일 뿐이다.

결국 하나님의 나라가 목표다

칼빈주의자가 천국을 죽음 저 뒷편에서 찾기 시작하면 이처럼 모순에 빠진다. 하지만 하나님의 나라는 이미 임했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을 뿐이다. 그 나라와 그 의를 위하여 지금도 하나님은 그의 백성들을 이 땅에 보내신다. 천국 가기 위하여 구원을 주시는 것이 아니라, 구원받은 자들을 통하여 천국을 이루시기를 원하신다. (아멘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

교리를 구성하는 몇몇 단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칼빈주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기독교리와 같은 결론을 말하면서 핵심교리만 몇 줄 강조한다고 신앙체계가 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모순에 빠지기 십상이다. 왜 칼빈주의 신학이 '하나님의 창조'를 찬양하면서, 종말론에 이르러 '만물의 회복'을 주장하는지 곱씹어 볼 일이다.

by 나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