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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과거의 미래다

과거사는 이제 덮어두자고 말하는 사람은 현재를 책임있게 살 수 없다. 미래가 되면 또 현재에 대하여 그같은 말로 변명할테니...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바라보며 살아야 한다는 말은 당연 지당한 말씀이다. 그런데 친일문제에 대하여 그 당시 '친일'하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느냐는 말, 과거사 문제는 이제 그만 덮어두어야 한다는 말, ...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다. 그런 말이 피해자에게서 나온 말이 아니라, 가해자에게서 나온 말이라면 시쳇말로 너무나 '정략적'인 말이 된다. 용서와 화해의 말이 아니라 파렴치하고 무책임한 말이 되는 것이다.

그건 김두한이 등장했던 드라마 야인시대에서도 나왔던 말이다. 과거사는 이제 그만 덮어두자는 말은 해방된지 60년이 지난 오늘날 처음 등장한 말이 아니라, 1945년 우리가 일제에서 해방된 그 때부터 나왔던 말이다. 물론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런 말을 했을 수도 있지만, 약삭 빠르게 그 말을 자신의 정치적, 경제적 입지에 바로 이용해 버린 '친일파'의 언행을 쉽지 않게 예상해 볼 수 있다.

나라의 재건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검찰과 경찰에 복역하며 일제 앞잡이 노릇을 하던 사람들이 다시 그 자리에 앉아서 오히려 큰 소리를 내지 않았던가? 우리가 언제 제대로 과거사를 청산해 본 적이 있는가? 역사의 뒷편으로 사라졌어야 할 '그 때 그 사람'들이 오히려 권력의 자리에 앉아 자신들의 과거를 지우기 위해 하던 말이 '과거사는 이제 그만 덮어두자'는 말이었다.

그 당시 과거사 청산을 주장했던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일제 앞잡이들은 자신들에게 날아오는 화살을 거뜬하게 피했다. 그 화살은 '빨갱이'가 대신 맞았다. 물론 거기에는 남북의 대립, 이념의 대립으로 급박하게 치달았던 시대적 흐름이 있었겠지만, 부끄러운 역사를 청산하자는 사람들에게까지 '빨갱이' 이름표를 붙여 내몰았다. 그 난국에 살아남은 '여우'들과 그 여우들의 후손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들은 지금까지도 '과거사는 이제 그만 덮어두자'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지난 60년 내내...

불행하게도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그 역사의 산물이다. 일제의 잔재로부터 권력의 단맛을 맛보던 사람들이 그 맛을 잃지 않기 위해서, 자신들에게 쏟아질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 부풀려온 반공주의에 대한민국은 취해 버렸다. 언제부터 어디서 어떻게 확대되고, 과장되고, 재생산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중독 수준이다. '반공'이라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1950년 6월 25일의 아픔은 절대 잊어서는 안되지만, 1945년 이전의 과거사는 빨리 잊어버려야 한다. 일본은 변화된 2007년의 일본이고, 북한은 여전히 1950년의 북한이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귓가에는 아직도 누군가 이런 귓속말을 하고 있다.

그러나 미래를 살아야 하는 우리에게는 부끄러운 역사를 똑똑하게 기억해야 할 의무가 있다. 덮어두어야 할 과거는 없다. 나라를 강탈했던 일본도 기억해야 하고, 전쟁을 일으켰던 북한도 기억해야 한다. 과거사는 이제 그만 덮어두자고? 그건 가해자가 자신의 범죄를 없던 일로 하기 위해서나 하는 말이다. 때린 사람이 지난 일은 잊고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고 손을 내미는 것은 가증한 일이다. 진심으로 사과하고, 피해자의 상처를 치료해주며, 범죄로 인해 얻은 재물과 명예를 내놓는 것이 순서다.

현재는 과거의 미래다. 현재는 과거의 산물이다. 과거의 미래였던 현재는 과거에 뿌리를 두고 있다. 과거 없이는 현재도 없고, 과거 없이는 미래도 없다. 과거를 덮어두고 미래를 말하자는 사람이 현재를 책임있게 살 수 있을까? 현재가 과거가 되고 미래가 현재가 되면, 그때도 지금처럼 똑같은 말을 할 것이 아닌가. 과거는 잊자고...

by 나쥬니

태그 : 과거사 청산, 과거사, 일제시대, 빨갱이, 반공주의, 야인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