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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의 대상

기도는 하나님 아버지께, 예수님의 이름으로 하는 거다.
우리는 하나님께 기도한다. 사실 그에 대하여 어떤 설명도 필요없다. 누구나 다 알기 때문이다. 근데 뭘?

예수님께 기도하는 사람이 있다. 대표기도를 하면서 '예수님'을 부르는 사람이 있다. 어딘가 어색하고 잘못되어 있다고 생각해서 기도는 '하나님 아버지'께 하는 것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예수님께 기도한다고 해서 기분 나쁜 게 아니다. 아무렇게나 기도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

그런데 어느 신학자가 "기도는 누구에게 하는 것인가요?"라는 질문에 "기도는 삼위일체 하나님께 하는 것입니다"라고 짧게 한 대답을 보고는 감탄한 적이 있었다. 정답이다. 참으로 우문현답(愚問賢答)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하나님 아버지', '예수님', '성령님'을 섞어 부르면서 기도할 수 있는가? 우리 기도의 대상이 오직 한 분이신 삼위일체 하나님이라는 데는 아무도 이의를 달 수 없겠지만, 세 위격의 질서를 생각하면 아무렇게나 내지르는 것도 할 도리는 아닌 것 같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기도의 대상은 '성부(聖父) 하나님'이시다. 특히 '예수님의 이름으로' 하는 기도의 대상은 어떤 변명도 할 수 없이 하나님 아버지이시다.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는 없어도, 대충 생각나는 성경 몇 구절만 봐도 답은 나와있다.

1. 예수님께서는 기도의 대상을 하나님 아버지라고 분명하게 가르쳐 주셨다. (마6:9;요15:16;16:23)

2. 성경에는 삼위 가운데 성부 하나님이 기도한다는 구절이 없다. 다시 말해서, 기도의 대상이신 하나님 아버지는 그 어느 누구에게도 기도할 필요가 없으시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이 땅에 계시면서는 물론이거니와 하나님 우편에서도 우리를 위하여 간구하시며(롬8:34), 성령께서도 우리를 위하여 친히 간구하신다(롬8:26).

3. 사도들의 기도 형식(행4:24-30)에서 명백하게 삼위를 구분하고 있다. 성부 하나님께 부르짖으며(24), 예수를 하나님 아버지의 종이라고 표현하며(25,27), 성령 역시 기도의 대상이 아님이 분명하고(25), 기도는 '예수의 이름으로' 마친다(30).


너무나 당연한 말인데, 아직도 이를테면 "예수님, 감사합니다."하면서 기도를 시작하는 신자가 있다. 그리고는 어김없이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라고 기도를 마친다. 공예배에서 '예수님!'을 부르며 기도하는 목사님도 본 적이 있고, "주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라고 애매하게 기도를 마치는 전도사님도 본 적이 있다. "성령의 이름으로" 기도하지 않는 걸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걸까?

누구나 아는 것을 뭐 그리 잔소리처럼 늘어놓는가.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하지만 기도의 대상을 이토록 강조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그렇게 하나하나 양보하다 보면, 다 무너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나님께 기도한다. 우리는 하나님께 말한다. 우리는 말하고, 하나님은 들으신다. 기도하는 우리는 우리 앞에 계신 하나님께 간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기도하면서 하나님을 '왕따'시키나?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하나님을 '그 분'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하나님을 '그 하나님'이라고도 한다.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하나님의 나라를 '그의 나라'라고도 한다.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하나님께 설교하기도 한다.
...

그건 기도가 아니다. 눈 감고 거룩한 말을 한다고 해서 그게 다 기도는 아닌 것이다. 하나님께 하지 않는 기도는 모두 무효다. 어쩌면 우상 숭배일지도 모른다.

홍길동이 이런 말을 했던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고 부르지 못하는데 그게 무슨 자식이냐고.'
우리도 그런 면에서는 비슷한 처지일는지도 모른다. 우리 한국사람에게는 하나님을 부를 만한 적당한 '2인칭 대명사'가 없다. 영어에서는 당당하게 하나님을 'You'라고 부르는데,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하나님을 '너'라고 부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당신'이란 말은 건방지게 느껴진다. ('당신'이란 말은 3인칭에서나 존칭으로 쓰인다.)

당연히 하나님을 'You'라고 부를 수 있는 문화권에서는 예배, 찬양, 기도 등의 표현이 정확하다. 하지만 우리는 기껏해야 하나님을 '주님'이라고 부를 뿐이다. 그것도 대상이 불명확해서 하나님 아버지를 그렇게 부르는 건지, 예수 그리스도를 그렇게 부르는 건지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주기도문을 예로 들어보자. 'Your kingdom come'이란 말은 우리말로 '나라이 임하옵시며'다. 무슨 말인가? 도대체 암호처럼 느껴진다. 기도하면서 도무지 그 대상을 느낄 수가 없다. 왜냐하면, 2인칭 대명사가 모두 생략되었기 때문이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름(Your name)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나라(Your kingdom)이 임하옵시며 뜻(Your will)이 하늘에서 이룬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이런 구조에 익숙해지다 보니까 기도하면서 우리는 자꾸 대상을 잊어버린다.
"하나님 아버지,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게 하시옵소서"
맞는 말 같은가? 누구의 나라를 구하겠다는 건지, 누구의 의를 구하겠다는 건지 모르고 하는 기도다. 성경을 인용한다고 다 기도를 잘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이런 실수는 우리에게 너무도 흔하다.


우리가 '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 아버지'를 알고 또 믿는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좀더 바짝 정신을 차리고 기도하고, 찬양하고, 예배해야 한다. 자칫 그 영광을 다른 누군가에게 빼앗길 지도 모른다. 하나님께 온전히 돌려드려야 할 영광을 말이다.

"아버지께 참으로 예배하는 자들은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할 때가 오나니 곧 이때라 아버지께서는 이렇게 자기에게 예배하는 자들을 찾으시느니라" (요4:23)

by 나쥬니

태그 : 기도, 하나님 아버지, 성부 하나님, 예배, 예수 그리스도

나쥬니

2004년 4월 10일, 갓위더스에 남겼던 칼럼...

2007-04-14 2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