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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실한' 장로 대통령

독실(篤實) 하다 = 믿음이 두텁고 성실하다
새로 취임한 이명박 대통령에게 종교 관련하여 뉴스에 등장할 때마다 앞에 붙는 수식어가 하나 있다. '독실한' 기독교인, '독실한' 장로, ... 언론에서, 혹은 일반 사람들에게 '독실한' 기독교인의 기준은 무엇일까? 자신이 기독교인이라는 것을 감추지 않으며, 매주 주일마다 교회에 가고 예배에 참석하는 사람? 그 정도라면 우리 교회 교인들 중 90% 이상이 '독실'하다.

'독실한' 기독교인 대통령께서 이제 청와대에 들어가셔서 TV를 보며 예배하신단다. 아니, 그쯤되면 뉴스에 등장하는 표현 그대로 '예배를 보는' 것이다. 매주 방에 앉아서 TV를 보는 것으로 예배를 대신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도 '독실'하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다면, 많은 어린이들에게 또한 희소식이 될지도 모른다. 그게 신앙의 본이 될만한 '독실한' 믿음일까? 아니면 대통령에게만 허용되는 특별한 예배 방법일까? 기독교 참 편해졌다, TV로 예배를 대신해도 '독실하다'는 평가를 듣게 되었으니...

허긴, 그분은 '독실한' 대통령이기 이전에 '독실한' 장로이셨다. 그래서 그런지 때가 되면 대형 사찰의 대형 행사에 가끔 등장하신다. 장로가 절에 가는 것이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장로가 주일에 절에 가는 건 어떤 '독실함'일까? '독실한' 장로라도 나라의 큰 일, 정치를 하다보면 주일에도 불교 행사에 참석할 수 있다고 치자. 그러한 '독실한' 장로는 어찌 그리 합장을 잘 하시는가? 불상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예를 갖추는 '독실한' 장로가 대통령이 되셨다. 많은 교회들이, 많은 목사님들이 기뻐했다. '독실한' 장로 대통령이 탄생했다고. 할렐루야~

'독실한' 장로 대통령 당선자는 역시 교회를 실망시키지 않으셨다. 인수위원장으로 같은 교회 '독실한' 권사를 임명한 것이다. 장로 대통령에 권사 인수위원장이라... 한국교회는 만세를 불렀다. 그러나 역시 '독실한' 쌍두마차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인수위원회가 출범하자마자 '노홀리데이'를 선포했다. 인수위원회는 취임식 때까지 휴일 없이 일하겠다고 선언했다. 듣기 좋은 얘기이긴 하나, 그건 성경적이지 않다. '독실한' 기독교인들이 안식일도 모르나? 하나님도 6일을 일하시고 하루를 쉬셨는데, 남종이건 여종이건 일 시키지 말라고 안식일 만드셨는데, 사람에게나 듣기 좋은 '노홀리데이'란다.

신문에서는 대통령이 즐겨 마시는 와인 이름이 광고 되고, 일요일에 청와대가 어떻게 일하는지 어떤 회의가 있는지 기사거리가 된다. 교회에서 자기 성도들에게는 술도 마시지 말고, 주일엔 모든 예배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치시던 목사님들이 이렇게 '독실한' 장로 대통령을 향하여 손을 흔들고 '할렐루야'를 외치고 있다. 이율배반이다. 헌금하라, 내가 그 출처를 묻지 않겠노라. 성공하라, 내가 그 과정을 묻지 않겠노라. '성공주의'를 교리 삼은 이 시대 한국교회의 참상이다.

by 나쥬니

태그 : 독실한, 이명박, 대통령, 주일성수, 노홀리데이, 성공주의, 성장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