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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언과 CCM

알아 듣기 쉬운 우리말 한 마디가 알아 듣지 못하는 영어찬양보다 낫다
"그러나 교회에서 네가 남을 가르치기 위하여 깨달은 마음으로 다섯 마디 말을 하는 것이 일만 마디 방언으로 말하는 것보다 나으니라" (고전14:19)


며칠 전, 상심한 마음으로 방문을 걸어잠근 채 이불을 뒤집어 쓰고 누워있었다. 잠을 청해도 잠이 오지 않고... 얼마동안 그렇게 뒤척이다가는 음악을 들으면 잠이 올까 싶어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는 그동안 모아두었던 mp3를 틀어놓고 또다시 잠을 청했다.

음악 때문이었을까... 또 잠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잠에서 깨어났다.

잠결에 들려온 찬양 소리...
잠에서 막 깨어난 내 귀에, 그리고 내 가슴에 스며들던 그 노래 소리...
헤아릴 수 없이 무수히 많은 그 위로의 말들...

곧 나는 눈물을 흘렸고, 무릎을 꿇었고, 하나님을 부르며 찾았다. 얼마만에 기도하며 흘려보는 눈물이었던가.


솔직히 말하면, 난 국내 CCM을 잘 듣지 않는다. 주로 국외 CCM, 그러니까 조금 힘있는 사운드의 'Praise & Worship'이나 아니면 강한 비트의 락 스타일의 노래들을 즐겨 듣는다. 오랫동안 락 음악에 익숙해져 있는 탓도 있겠지만, 다소 힘빠지고 단순한(유감이지만, 그렇게 생각해왔다) 국내 CCM은 거의 외면하다시피 해 온 게 사실이다.

연주하고 편곡하는 사람으로서 국내 CCM보다 해외 CCM이 더 배울 게 많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차피 국내 CCM 대부분의 스타일이 '물 건너온' 것이라면, 몇 단계 거쳐서 그것을 느끼기보다는 직접 들어보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다 보니 은연 중에 국내 CCM을 멀리하게 된 것은 아닌가 싶다.


영어로 불리워지는 노래들을 들을 때, 무슨 소리인지는 잘 모르지만 암튼 하나님을 찬양하는 그 마음이 전달되는 것은 정말 신기하다. 라이브 공연실황을 듣노라면 마치 그 공연장에서 피부색이 다르고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그들과 함께 하나님을 예배하고 있는 것같은 착각이 들 때도 있다. 시원하다, 통쾌하다! 우리도 그렇게 예배하고 찬양할 수 있다면... 하는 바램이 절로 난다.

그런데... 정작 내 마음이 아프고 힘겨울 때 위로가 되는 노래는 그런 시원스런 사운드나 뜨거운 분위기가 아니었다.
투박하기는 해도 곱씹을수록 내 영혼에 가까이 다가와 건내주는 한두 마디 말이었다. 현란한 연주, 잘 짜여진 음악적 구성이 아니라... 내가 항상 말하고 들어왔던 '삶의 언어'였다.

"내가 만일 방언으로 기도하면 나의 영이 기도하거니와 나의 마음은 열매를 맺히지 못하리라" (고전14:14)


그날 밤 내 영혼을 깨우고 하나님을 바라보게 했던 것은, 삶 가운데 나와 같은 친구들을 위해 기도해 주고 위로해 주던 그들의 사랑이 담긴 언어였다. 내가 그리 시원치 않게 여겨왔던 국내 CCM 가수들... 그들의 기도...

한참을 기도하다가 마음에 어느 정도 평안을 되찾은 뒤에야 비로소 내가 뭔가 잊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CCM은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는 것을... CCM은 삶의 언어이어야 하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삶의 예배로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영어로 불리워지는 CCM을 즐겨 들으면서도 그만큼 영어를 알아들으려고 노력하지 않았던 것이 부끄럽다. 무슨 소리인지도 모르면서 그저 'CCM이니까..'하는 생각으로 들어왔다면, 그 노래들은 적어도 나에게는 삶의 예배가 되지 못하고 '음향'이나 다름없었을 텐데...

"그러므로 방언을 말하는 자는 통역하기를 기도할지니 ... 그렇지 아니하면 네가 영으로 축복할 때에 무식한 처지에 있는 자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지 못하고 네 감사에 어찌 아멘 하리요 너는 감사를 잘하였으나 그러나 다른 사람은 덕 세움을 받지 못하리라" (고전14:13,16-17)


지금은... 내 주위(?)에 있는 국내 CCM 가수들이 더없이 사랑스럽고 자랑스럽다. 그들의 기도가, 그들의 위로가, 그들의 격려가, 그들의 권면이... 우리의 영혼을 살찌우게 하고 있음을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하나님께서 이 땅에 '노래하는 자'들을 얼마나 많이 주셨는가!

나도 남들이 '알아 듣기 쉬운' 말로 노래하고 싶다. 마음으로는 사랑한다면서, 나는 할 만큼 했다고 하면서 이해하지 못할 말로 상처 주지 않고, 정말 마음이 그러하다면... 알아 듣기 쉬운 말로 내 마음 속 깊은 사랑을 노래해 주고 싶다.

알아 듣기 쉬운 말로 축복하고
알아 듣기 쉬운 말로 감사하고
알아 듣기 쉬운 말로 위로하고
알아 듣기 쉬운 말로 용서하고
알아 듣기 쉬운 말로 가르치고
알아 듣기 쉬운 말로 노래하고
알아 듣기 쉬운 말로 사랑해야지...


"... 혹 저가 거문고와 같이 생명 없는 것이 소리를 낼 때에 그 음의 분별을 내지 아니하면 저 부는 것인지 거문고 타는 것인지 어찌 알게 되리요 만일 나팔이 분명치 못한 소리를 내면 누가 전쟁을 예비하리요 이와 같이 너희도 혀로서 알아 듣기 쉬운 말을 하지 아니하면 그 말하는 것을 어찌 알리요 이는 허공에다 말하는 것이라" (고전14:7-9)

by 나쥬니

태그 : 방언, CCM, 영어찬양, CCM 가수

로뎀나무

[가장 알아 듣기 쉬운 말]
그것은 진실입니다.
진실로 축복하고, 진실로 기도하고, 진실로 노래하고, 진실로 사랑하신다면
그것을 받는 사람은 가장 쉽게 알아 들을 것입니다.

2006-06-21 12:00

나쥬니

2002년 4월 1일, 갓위더스에 올렸던 글..

2006-04-20 16: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