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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動議)하지 않는 교회

'동의(同意)'하지 말고, '동의(動議)'하자.
대부분의 교회 기관에서는 11월에 예결산, 임원 선출을 위하여 총회를 연다. 기관 총회로부터 시작하여 12월까지 제직회, 공동의회 등 중요한 회의들이 교회에서 열린다. 그야말로 '회의(會議)의 계절'이다.

국가 기관을 제외하고, 교회만큼 회의(會議)가 많은 조직체가 있는지 모르겠다. 하나님의 직접적인 통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교회에서 사람들의 의견을 모으는 회의가 많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그러나 그런 정치 원리는 교회에서 '성직자'라는 특권층을 거부했던 종교개혁에서 기인한다. 교회는 더 이상 '사제들의 교회'가 아니고, 또 그런 교회가 구원을 베푸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은 각 사람을 개별적으로 구원하신다. 그렇게 구원받은 하나님의 자녀는 성도가 되고, 교회를 구성한다. 그러므로 교회 정치는 구원받은 성도들의 참여에 의해 각종 회의로 채워지고, 또한 거기서 선출되는 대표에 의해 추진력을 얻는다.

동의(動議)와 재청(再請)

그런데 이런 회의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바로 '동의'와 '재청'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동의'라는 용어의 의미를 오해하고 있다. 회의에 사용되는 '동의'라는 말은 '動議(동의)'이지, '同意(동의)'가 아니다.

많은 회원들이 이 용어를 '동의(同意,의견을 같이하다)'로 사용하는 한, 이 회의는 수동적이고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의 의견에 '동의'하고, '재청'하는 일만 남는 것이다. 의견은 주로 회장이나 임원들이 제기하고, 회원들은 그저 '동의(同意)'할 따름이다. 회의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형식적인 회의가 반복된다.

회의 용어로서의 '동의(動議)'는 '의견을 내놓다'라는 의미로, '건의(建議)', '발의(發議)' 등과 같은 뜻이다. 가장 흔하게 쓰이는 'OO를 그대로 받기로 동의합니다'라는 표현은, 'OO를 그대로 받자'는 의견을 내놓는 것, 즉 동의(動議)하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경우에 'OO'이라는 원안(보고내용)이 있고 그것에 동의(同意)하는(=그대로 받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그나마 가장 용기(?)있게 회의에 참여하는 회원의 발언이 정작 '동의(動議)'를 가장한 '동의(同意)'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동의(同意)'는, 회의에서 '재청(再請)'이라는 용어로 사용된다. '재청(再請)'은 곧 '동의(同意)'이다. 누군가 안건을 '동의(動議)'하면, 그 동의안에 찬성한다는 의미로 '재청(再請)'하는 것이다. 이게 회의에서 줄기차게 진행되어야 하는 '동의-재청'이다.

동의(動議)하는 교회 vs. 동의(同意)하는 교회

우리들의 회의가 얼마나 수동적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기관 월례회에서, 총회에서 어떤 안건들이 '동의(動議)'되고 있는가? 제직회에서, 공동의회에서 '동의(動議)'하는 것은 자연스러운가? 당회에서는 주로 누가 '동의(動議)'하는가? 여전히 우리는 '동의(同意)'할 기회만을 기다리고 있지는 않은가?

물론 회의에서 좋은 안건들이 나와야 하는 것도 중요하고, 회의에서 결의한 것을 잘 이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일차적으로 '동의(動議)되는' 회의일 때 중요하다. 안건이 없는 회의는 불필요하며, 눈치보며 '동의(同意)'나 하는 회의는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 모든 결정이 물 흐르듯이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리고, '아멘'하여 순종하는 의미로 '동의(同意)'하는 것은 중세교회로 족하다.

지금 자연은 열매를 거두고 낙엽 지는 계절이지만, 교회와 각종 기관은 회의를 통하여 씨를 뿌리는 계절이다. 부디 '동의(動議)'하는 회의가 많아져서, 교회에 활기가 넘치고 풍성한 열매를 계획할 수 있기를 바란다.

by 나쥬니

태그 : 회의, 총회, 교회, 대회, 동의, 재청

나쥬니

지난 주 예결산 제직회... 역시나 동의(動議) 없는 회의였다.
제직회 서기로서.. '동의(同意)'하지 말고, '동의(動議)'하자고 의사진행 발언을 해야 하나 --;

2010-12-16 1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