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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 견해의 차이

네가 진리의 말씀을 옳게 분변하며 부끄러울 것이 없는 일군으로 인정된 자로 자신을 하나님 앞에 드리기를 힘쓰라 (딤후2:15)
초대교회는 말씀을 제쳐 놓았는가?

어떤 이는 사도행전 6장에 나타나는 교회의 문제가, 초대교회가 하나님의 말씀을 제쳐 놓고 구제에 너무 치중했기 때문인 것처럼 말한다. 그러면서 교회의 구제 사역을 슬그머니 뒷전으로 밀어낸다. 그게 '말씀'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면 일리는 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관심은 다른 데 있다.

초대교회는 말씀보다 구제에 치우치지 않았다. 그 증거는,
1. 초대교회에 제자가 더 많아진 이유는 구제 때문이 아니라 말씀 때문이었다. (행5:42;6:1)
2. 사도들은 오히려 자기들이 말씀 사역 때문에 구제(공궤)에 신경쓰지 못해서 문제가 일어났음을 설명해 주고 있다. (행6:2)
3. 사도들은 앞으로도 계속 자기들이 말씀 사역에 전념할 것이기 때문에 집사를 세워 구제를 돌보게 하자고 제안했다. (행6:3,4)

말씀 사역이 구제 사역보다 중요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초대교회는 말씀 사역 때문에 구제 사역을 축소하거나 제거할 생각도 없었던 모양이다. 초대교회는 오히려 구제를 더 잘 돌보기 위해 집사를 세웠다. 그러하니 말씀 사역자는 구제 사역을 폄훼하기 전에 자기 일에 전념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 주시라.


교회가 기도와 말씀에 전념해야 하는가?

모든 성도들에게 기도와 말씀은 신앙생활에 있어서 기본이다. 말씀 없이는 믿음도 없고, 믿음 없이는 기도도 없다. 따로 구분할 것도 없이 말씀, 기도, 믿음은 다 하나다.

그렇지만 기도와 말씀에 전념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하루에 몇 시간씩 기도하고, 몇 시간씩 말씀 읽고, 모든 성도가 매일 그렇게 살 수는 없다. 먹는 게 중요하지만 하루 종일 먹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자기 일도 하지 않고 그렇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게 일인 사람도 있다. 사도들은 자기들이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고백했고, 그렇게 살 수 있도록 집사를 세우자고 제안했다. 왜? 자기들이 기도와 말씀에 전념하게 해 달라고! (행6:4)

그런데 또 어떤 이는 여기서 구제를 뒷전으로 밀어내고, 자기 신앙생활의 우월함을 과시한다. 구제는 부질없는 일이고, 하등한 일이다. 마치 모든 성도들의 본분이 기도와 말씀에 전념해야 하는 것처럼 상정해 놓고, 자기들이 그 본분에 있어서 우월하다고 과시하는 '자칭' 사도들... 맡으셨으면 그냥 충성을 다하시라. (고전4:1,2)

초대교회는 구제를 돌보기 위해 집사를 세웠는데, 오늘날 어떤 이는 그 집사에게 기도와 말씀에 전념할 것을 요구한다. '성도들은 기도와 말씀에 전념하시오, 구제든 뭐든 교회 재정은 내가 다 알아서 하리다.' 거꾸로 가는 교회의 전형이 아닌가?


사도들이 집사를 택하여 세웠는가?

아마도 사도들이 집사를 임명했을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교파마다, 교단마다 목사, 장로, 집사 등을 세우는 원칙과 절차는 다르겠지만, 적어도 중직자 임명 권한이 교회의 몇몇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것을 성경적이라고 할만한 근거는 없다.

우리가 구원을 얻어 의롭다 칭함을 받았을지언정, 우리는 여전히 죄인들이다. 우리 가운데 어떤 누구도 자기의 말이 곧 하나님의 말씀이고, 자기의 뜻이 곧 하나님의 뜻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모두가 다 여전히 완전하지 못하다. 그래서 교회에 사람을 세울 때에도 하나님의 뜻을 묻는 과정은 너무 중요해서 때론 복잡하기까지 하다.

가룟 유다를 대신할 열두번째 사도 맛디아를 세울 때에는 '제비 뽑기'를 했고(행1:26), 일곱 집사를 세울 때에는 구체적인 설명 없이 온 무리들이 택하였다고 했고(행6:5), 안디옥 교회에서 바나바와 바울을 파송할 때에는 성령께서 직접 말씀해 주셨다(행13:2). 성경에도 여러가지 방식이 기록되어 있는데, 어떤 구체적인 절차를 지칭하여 '성경적'이라고 할 수 없는 이유가 된다.

암튼 초대교회는 일곱 집사를 어떻게 선정했을까?
1. 사도들이 '성령과 지혜가 충만하여 칭찬 듣는 사람 일곱'을 택하라고 성도들에게 제안했다. (행6:3)
2. 성도들은 '믿음과 성령이 충만한 사람' 일곱명을 택하여 사도들 앞에 세웠다. (행6:5,6)
3. 사도들은 기도하고 그들에게 안수했다. (행6:6)

초대교회는 사도들이 집사를 일방적으로 임명하지 않고, 성도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양보했다. 모든 절차는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기 위한 과정이므로, 사도들은 말씀에 근거하여 집사의 기준을 제시해 주었다. 성도들은 다시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일곱명을 뽑았을 텐데, 그 과정 역시 하나님의 뜻을 묻는 과정이다. 그리고 최종 판단을 다시 사도들에게 맡김으로써 하나님의 뜻을 지혜롭게 분별하려고 노력한 흔적들이 있다.

교회에 하나님의 대리자가 있다면, 그것은 교회 전체다.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가 이 땅에서는 하나님의 대변하며 대리한다. 그러므로 교회의 의사 결정은 다소 복잡하고 번거롭더라도 항상 지혜롭고 납득할 만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사람의 뜻대로 이미 정해놓고 모든 절차와 과정을 요식행위로 전락시킨다면, 하나님의 뜻이 가리워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by 나쥬니

태그 : 집사, 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