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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감독 "내 작품들이 기독교를 부정한다는 건 오해다”

전도연, 송강호가 주연을 맡은 영화 '밀양'이 오는 24일 개봉한다.
"인간과 신, 인간과 구원의 문제 같은 것이 꽤 오래 마음 속에 있었어요."
오는 24일 개봉을 앞둔 영화 '밀양'(제작 파인하우스필름)으로 4년 만에 작품 활동을 재개한 이창동(53) 감독이 종교와 그의 영화들의 관계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이창동 감독은 1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에서 열린 영화 '밀양'의 첫 공개시사회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내 작품 속에 등장하는 기독교에 대한 태도에 일종의 오해가 있는 것 같다. '박하사탕'에서 기도하는 모습이 다소 우스꽝스럽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한국의 일상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기도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그릴 의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이어 "'밀양'에서 기독교를 부정적으로 보셨다면 전혀 그럴 의도도 없었고 어찌 보면 기독교나 종교 문제를 더 적극적으로 끌어안고 싶었다"며 "사실 기독교의 등장이 특정 종교의 문제이고 절대자의 문제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기도 했다. 보시다시피 결과적으로 교회 분들, 특히 밀양의 목사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잘 이해해줬고, 이것도 기독교에 대한 깊은 이해라고 할까 그렇게 받아들여 주시고 직접 출연도 해줘서 그 분들의 도움 덕분에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도연과 송강호의 멜로 영화로 널리 알려진 '밀양'은 사실 인생에서 극한의 고통을 체험하게 된 한 여인이 그 고통에서 벗어나보고자 몸부림치며 인생을 견뎌가는 이야기이다. 이 여인의 곁에서 우직한 30대 후반의 노총각이 빙글빙글 맴돈다. 전도연은 남편을 잃고 남편의 고향 밀양에 내려와 발붙여보려 하지만 그 와중에 아들마저 유괴로 잃게 되는 신애 역을, 송강호는 한없이 무너져가는 신애의 곁을 지키는 노총각 카센터 사장 종찬 역을 맡았다.

이창동 감독은 영화 안으로 종교의 문제를 깊숙이 끌고 들어온다. 2시간 22분의 상영 시간 속에 집회를 하는 교회 장면이나 철야 예배를 하는 교인들의 모습, 노상 전도 장면 등 기독교의 생활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을 넘는다.

극 중 신애가 아들을 잃은 뒤 처음으로 위안을 얻게 되는 곳도 교회이고, 하나님의 뜻이라 믿고 유괴범을 용서해주려고 찾아갔다가 이미 신에게 용서받았다며 평안한 모습을 보이는 그를 보고 절대적인 배반감을 얻는 것도 신이라는 존재로부터다.

이 감독은 '밀양'을 영화화하게 된 계기에 대해 "사실 '밀양'의 뼈대가 되는 원작 소설이 이청준의 '벌레이야기'다. 그걸 읽었을 때가 20년 전인 1988년인데 왜 그 소설이 내 맘에 남아 있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내 마음에 오래도록 남았다. 그 소설과 '밀양'은 뿌리는 다르지만 거기서 던져진 인간과 신, 인간과 구원의 문제 같은 것이 꽤 오래 내 맘속에 있었다. 영화의 기본적인 틀은 거기서 기원한다"고 밝혔다.

극을 풀어가는 핵심 소재로 유괴를 다룬 것에 대해 "어떤 사건이 특별히 인간에게 극단의 고통을 가할 것인가.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 일인 듯 하다. 한 어머니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아픈 일 의 유형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한 이창동 감독은 작품의 주제로 던져진 신과 구원의 문제에 대해서 한가지 팁을 남겼다.

"나는 신에 관한 영화를 찍지 않았어요. 인간에 관한 영화를 찍었죠. 신은 신애에게 용서하라고 말하지 않았고 신애가 스스로 신을 해석하고 행동하고 배반당하고 또 고통을 느낀 것인데 그렇다면 신의 뜻은 어디에 있을까. 나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비밀의 햇볕', 그것이 무엇일까. 모든 구원이나 희망은 내 자신의 생명의 소중함으로부터 시작한다고 봐요. 내 몸에 내 귓전에 팔딱 거리며 피가 돌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이 희망이고 구원이라 생각해요. 나머지는 관객 각자의 몫이죠."

출처 : 한국일보 (모신정 기자)
기사등록 : 2007/05/02 16:20:10

by 나쥬니

태그 : 이창동, 밀양, 전도연, 송강호, 기독교,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