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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토종포털 살아남을 것인가?

웹2.0 시대 네이버, 다음, 싸이월드 등 자금여력 있지만 기반기술 취약
2006년 초 겨울, 국내 한 포털의 각 기획팀에서 몇 명이 차출되어 2007년도 서비스 전략을 그리기 위한 전략회의가 열렸다. 주제는 ‘웹 2.0에 따른 사용자 기반 서비스의 확대’.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된 회의 전반부에서 웹 2.0이라는 트렌드에 대한 분석과 현재 회사 포털 및 경쟁사에 대한 분석, 포털 사용자들에 대한 각종 자료를 팀별로 발표했다.

마침내 내년도 전략을 발표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팀별로 회사 포털의 서비스 전략을 발표했으나 좌중의 분위기는 점점 어두워갔다. 뭔가 혁신적이며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것이라 예상했지만 지난해 이 즈음에 발표했던 것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평범한 것이기 때문. 웹 2.0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몇몇 주제를 구현하겠다는 계획이 나오긴 했지만 ‘경쟁사가 이미 하고 있는 것’이라든가 ‘수익성이 증명되지 않은 것’이라는 류의 비판을 들어야 했다.

팀별 발표는 모두 끝났지만 채택된 새로운 아이디어는 “동영상을 비롯한 멀티미디어 UCC(사용자제작콘텐츠)를 확대해야 한다” 라든가 “기존 커뮤니티를 확대하여 소셜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는 정도일 뿐 상세한 웹 서비스에 대한 기획은 나오지 않았다. 의미 없는 시간이 흐르고 있을 무렵 참석자 중 한 사람이 중얼거렸다. ‘도대체 웹 2.0이 뭐기에’.

웹 2.0은 새로운 투자를 위한 웅변

웹 2.0에 대해 언급할 때 흔히 이야기하는 것이 닷컴 버블(닷컴 기업에 대한 묻지마 투자)이다. 웹 2.0은 이런 과정을 거치며 살아남은 기업들에 대한 이야기이며 그들의 성공사례에서 배워야 할 점 혹은 변화한 웹 경제 환경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지만 한 가지 간과하는 측면이 있다. 1990년 후반 이후 닷컴 기업에 대한 묻지마 투자가 연속 실패를 경험하며 한국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많은 희생이 따랐다. 가장 큰 희생자는 물론 투자자와 그 투자자에게 돈을 준 또 다른 투자자들이다. 그 다음 희생자는 닷컴 기업이며 닷컴 기업에 직간접적으로 종사했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것은 경제 순환 구조의 일부만 평가할 때 가능한 이야기다. 수많은 닷컴 기업이 실패했고 그들에게 투자한 사람들도 원금조차 회수하지 못했지만 그들이 투자한 비용은 대부분 사회간접자본이 되었다.

2007년 한국의 초고속 통신망 배급률은 단지 한국민들이 초고속 통신망에 열광한 결과인가? 어디서든 인터넷에 연결될 수 있는 환경은 어떻게 구축된 것인가? 일본과 북미의 초고속 통신망 배급은 또한 어떠한가? 닷컴 버블이 사라진 후 웹 2.0이 나타났다는 것은 거시경제를 무시한 분석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웹 2.0은 철저히 닷컴 버블의 수혜자다. 수만 개의 닷컴 기업이 스러지며 그들이 만들어둔 사회간접자본 위에서 소위 웹 2.0으로 해석되는 성공한 기업들이 탄생한 것이다. 다시 말해 닷컴 버블을 통해 투자한 사회간접자본이 없었다면 현재 웹 2.0의 성공 기업들도 존재할 수 없었다.

문제는 2000년 이후로 IT 기업에 대한 공격적 투자가 줄어들었고 그로 인해 산업 전반이 침체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자금이 필요한 닷컴 기업은 여전히 존재했지만 투자자들은 더 이상 현란한 단기 수익을 보장하며 닷컴 기업에 투자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투자자들은 돈을 모으기 위해 뭔가 특별한 이슈가 필요했고 그때 마침 웹 2.0이 등장한 것이다. ‘마침 등장했다’는 표현은 매우 비과학적일 수 있지만 “자본은 스스로 생존하고자 한다”는 고전적인 격언을 떠올린다면 틀린 이야기도 아니다. 매우 비관적 분석일 수 있지만 현상적으로 나타나는 최근 웹 2.0 기업에 대한 투자자금 유입은 이런 관점에서 분석할 때 이해되지 않는 어떤 현상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다. 10년 전에도 있었던 기술에 대해 웹 2.0이라는 주장을 제외하고 갑자기 광분하여 새롭게 투자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웹 2.0을 통한 깨달음

2006년 봄, 서울의 한 컨퍼런스 전문 업체는 웹 2.0에 대한 대규모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 컨퍼런스에 참석한 사람은 1000명이 넘었고 원래 계획했던 1회 컨퍼런스를 두 번에 걸쳐 다시 개최하는 성과를 거뒀다. 올해도 비슷한 시기에 웹 2.0 컨퍼런스가 열렸지만 참석자는 미미했다.

1년 전 한국의 IT 기업들은 대부분 웹 2.0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왜냐하면 현재 정체되고 있는 어떤 상황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회사 업무 대부분의 공간에 웹 2.0이라는 개념을 주입하며 엄청난 반응을 보였다. 사장은 매월 조회 때마다 웹 2.0을 이야기했고 부장은 팀장들을 모아놓고 웹 2.0의 의미를 설명했으며 팀원들은 웹 2.0에 대한 서적이나 강연 혹은 블로그의 글을 읽는 데 몰입했다. 심지어 필자조차 여러 차례 국내 유명 포털이나 쇼핑 사이트, 대기업 전략 기획팀의 요청에 따라 웹 2.0에 대한 강연을 한 적이 있다. 마치 한 동네 주유소에 불이 나 폭발하자 옆 동네 주유소 주인도 “우리도 폭발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려는 듯 웬만한 기업이라면 다들 웹 2.0에 대해 몰입했다. 그로부터 1년이 훨씬 지난 현재는 어떠한가.

아직도 웹 2.0에 대해 무분별하게 반응하며 뭔가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기업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은 웹 2.0이 어떤 이론도 아니며 또한 새로운 기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있는 분위기다. 웹 2.0의 광풍을 거치며 많은 기업이 웹 2.0을 성공담이 아니라 실패담으로 이해하고 있다. 자신들이 깨닫지 못했던 어떤 변화에 대해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으며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모험보다는 확실히 재무재표에 표기할 수 있는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을 무작정 적용한 후 투자자를 현혹하는 표현으로 무마하기보다는 비록 단기적인 성과에서 투자자의 신뢰를 얻지 못하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필승할 수 있는 서비스나 기술력의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의 대표적 포털 기업인 네이버와 다음이 이런 현상의 대표적인 예다.

네이버는 새로운 서비스를 확장하는 것보다 기존 서비스의 안정화와 서비스 간 연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투자자들에 의해 요식행위로 비칠 수 있었던 해외 서비스에 대해 본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몇 년 전 진입에 실패했던 일본 검색 시장에 대한 진출은 ‘첫눈’이라는 벤처기업을 인수하여 고급 인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흡수한 인력을 일본 현지로 파견하여 느리지만 확실한 시장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북미 게임 시장에 진출하려는 노력도 해외 서비스에 대한 장기적이며 안정적인 진출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다음은 더욱 신중하게 성공의 확률이 높은 서비스에 몰입하고 있다. 미디어 다음을 중심으로 미디어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5월 중순 이후 자사 블로그뿐 아니라 타사 블로그 또한 미디어 다음에 뉴스를 올릴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최근 웹 검색 베타 버전을 내놓으며 웹 검색 솔루션에 대한 기술적 투자를 아끼지 않고 현재는 아니지만 향후 국내 웹 검색 기술에서 기술적 우위를 확보할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싸이월드를 주력 서비스로 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는 지난해 가을 엠파스를 인수합병하며 서비스 통합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싸이월드의 두 번째 버전인 ‘C2’를 공개했으나 기존 싸이월드 사용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지 못하였다. ‘C2’는 웹 2.0이라는 트렌드에는 부합하는 것이었으나 사용자들이 원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싸이월드 사용자를 위한 새로운 트렌드의 서비스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포털의 문제점

새로운 시도에도 불구하고 웹 2.0의 트렌드에 비교해볼 때 한국 IT 기업, 특히 포털의 문제점은 존재한다. 그러나 그 문제점은 많은 포털 비관론자의 주장과 달리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거나 콘텐츠를 폐쇄적으로 관리하거나 이윤 중심으로 포털을 꾸리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한국이라는 제한적이며 소규모인 시장을 고려해볼 때 포털의 현재 관점은 최선의 선택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한국에서 포털로 사업을 한다는 것은 매우 제한적인 환경에 적극적으로 적응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간혹 포털의 국외 진출과 그것을 위한 경쟁력 강화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현재 자국 이외에 1위를 유지하는 포털 웹 사이트는 존재하지 않는다.

웹 2.0의 논리에 기초한 한국 포털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기반 기술의 취약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검색 기술에 대한 집중적 투자를 할 수 있는 자금의 여력은 있지만 기술력을 확보한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검색 기술에 투자하는 많은 기업이 상시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싸이월드나 다음카페와 같은 국가적 커뮤니티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국제적으로 표준이 되는 기술을 제시하거나 이끌어 나가는 상황은 아니다. 오마이뉴스와 같은 사용자 참여형 미디어 사이트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기술적 우위로 인한 것은 아니며 오히려 기술적인 면에서 낙후하다. 이런 문제점이 있는데도 개별 사이트들의 기술적 기반을 축적할 수 있는 투자는 개별 기업에 의존하고 있으며 국가적인 투자도 미흡하다. 웹 2.0이라는 이미 변화한 어떤 트렌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반 기술에 대한 투자가 시급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결국 트렌드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두려움은 현실이 될 것이다.

‘디지로그’라는 책을 쓴 이어령 교수의 견해를 따르자면 국내 토종 포털은 반드시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만약 토종 포털이 명을 다한다면 그것은 국내 사용자들의 웹 서비스 사용 패턴이 완전히 변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아침 밥 대신 맥도날드에서 빵과 커피를 마시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가 온다면 토종 포털 또한 명운을 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웹 서비스의 변화가 10년이라면 사회문화적 존재로서 한국민의 변화는 100년을 바라봐야 한다. 물론 해외 서비스가 공격적인 자세를 취한다면 몇 년 안에 판도가 바뀔 수 있다. 구글코리아가 몇십 명의 R&D 센터를 만드는 대신 500여 명의 고객지원센터를 만들거나 200여 개의 CP(Contents Provider) 계약을 맺거나 1000만 명이 참여하는 커뮤니티를 형성한다면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여전히 끝까지 잊지 말아야 할 격언이 있다. “자본은 스스로 생존하려는 본능이 있다.” 웹 2.0을 제시한 북미의 자본이 그런 본능이 있다면 한국의 자본도 똑같은 본능이 있다. 토인비의 말처럼 “역사는 도전과 응전을 반복한다”. 자본 또한 그 과정에서 예외일 수 없다.

출처 : 뉴스메이커 725호 (이준영 트레이스존 컨설팅 대표)
기사등록 : 2007 05/22

by 나쥬니

태그 : 웹 2.0, 토종포털, 포털사이트, UCC, 네이버, 싸이월드, 디지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