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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수양회 준비위원회

모두 열심인데, 그게 뭐가 문제인가?
다음 주 전교인 수양회를 떠난다. 준비가 한창이다. 모두들 열심이다. 문제라면, 너무 열심이라는 거...

1. 준비위원회

공식적인 수양회 준비위원회다. 준비위원장도 있고, 총무도 있고, 16개부서의 부장들이 있다. 그와 함께 40명 안팎의 부원들이 있으니, 명단상의 준비위원만 줄잡아도 50명이 넘는다. 수양회 참석인원을 80명 정도로 예상하고 있느니, 아이들 빼고나면 참석자 대부분이 준비위원인 셈이다.

대개 그렇듯이, 공식적인 조직은 왠지 힘이 없다. 부장들이 모이면 각 파트별로 기능적으로 수양회를 준비해야 하지만, 일단 모이면 한 가지 일에 모두 다 고민이다. 예를 들어, 식단 얘기가 나오면 한 마디씩 다 돌아가면서 그 얘기하고, 프로그램 얘기를 해도 그렇고, 예산 얘기를 해도 그렇다. 의견이 모아지는 것 같아도 나중에는 누가 책임지고 그 일을 할 것인지 모른다.

다들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니 잘 되겠지만, 언제 어디서 구멍이 날지 알 수가 없다. 아무런 사고가 없다면 다행이고... 그래서 행사 준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도라고 했던가?

2. 소위원회

부서가 많다보니, 16개부서를 3파트로 나누어서 3개의 소위원회를 두었다. 그리고 소속 부장들 가운데 한 분씩을 위원장으로 회의를 맡겼다.

원래 부장들이 부원들과 함께 일을 해야 하는데, 소위원회가 너무 활성화되고 열심이다 보니 또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소위원회에서 부장들이 세부적인 사항까지 결정하고 회의하는 것이었다. 부원들을 이끌고 리더쉽을 발휘해야 할 부장들이, 마치 소위원회의 멤버가 되어버린 것이다. 부서간의 업무 협의를 위해서 만든 소위원회가, 그냥 통합부서가 되고 회의체가 되었다.

그러나보니 총무부의 부서 통합기능이 필요없게 되거나 축소되었다. 총무부의 각 부서 업무파악 실적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소위원회는 그야말로 실체가 없는 임시 조직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결정된 것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지금은 총무가 세 사람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 말이다. 준비하는 과정에서야 어떻게든 하면 되지만, 막상 수양회를 가서 전체를 진행하고 운영해야 할 총무부의 기능이 떨어지지는 않을까 염려스럽다.

3. 교역자회의

공식적인 준비위원회, 그리고 본의 아니게 실세가 되어버린 소위원회... 하지만 이 세번째 준비위원회 만큼 강력하지는 않을 것이다. 바로 교역자회의.

회의라고 해봐야 목사님과 강도사님 두 분뿐이다. 실제 수양회 조직에서 목사님은 (명예)대회장, 강도사님은 예배부장이시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두 분의 영역은 제한이 없다. 어릴 적 용어로 말하자면, '깍두기'다. 술래가 감히 잡을 수 없다.

준비위원들이 열심히 수양회를 준비하는 가운데, 두 분도 수양회를 준비하고 계신다. 나름대로 두 분이 조직을 나누셨다. 목사님은 대회장, 총무, 기획부장을 맡으셨고, 강도사님은 부총무, 예배부장, 진행부장 그 쯤 되시겠다. 난상으로 토론하는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으시지만, 이 분들의 결정은 거의 절대적이다. 모든 결정을 뒤집을 수 있다.

준비위원장, 기획부장, 재정부장, 총무를 맡으신 장로님들과 안수집사님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목사님과 준비위원들 사이를 잘 연결해 주고 완충 역할을 해 달라는 것이었는데 그게 쉽지 않나보다. 젊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젊은 사람들에게 맡겨주시고...

마찬가지로 목사님도 이 분들을 통해서 영향력를 발휘하셔야 할텐데, 직접 뛰어드신다. 그러니 앞에 세우신 사람들은 영향력이 떨어지고, 그야말로 영(令)이 서질 않는다. 늘 조직과 기능을 강조하시지만, 때때로 그것을 무효시키는 일도 직접 하신다.



암튼 모두들 수양회를 열심히 준비하고 계신다. 한낱 기획부원에 불과한 내가 어찌 감히 이 거센 파도를 막아설 수 있으랴.

각 부서의 업무를 지정해 주고, 이를 통합하여 진행할 수 있도록 부총무를 인선하고, 프로그램과 예산안을 수립하고, 3개의 소위원회를 만들고, 예배부를 신설한 것도 내가 한 일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미 그 일들은 내 손을 떠났다. 내가 작성해서 나눠주었던 체크리스트 뭉치도 이젠 나에게 돌아오지 않는다.

하긴 기획이란 게 미사일이나 로케트로 말하자면 추진동력과 같지 않겠는가. 발사할 때 열나게 불을 뿜지만 일단 궤도에 오르면 떨어져 나오는... (아닌데, 내가 알기로 기획은 'planning'이라고 해서 일의 진행이 계획대로 되고 있는지 끝까지 관여하고 도와주어야 하는 건데. 그럼 뭐냐, 나는!)

by 나쥬니

태그 : 전교인 수양회, 준비위원회, 기획

나쥬니

우려했던 것처럼 수양회 진행은 썩 좋지 않았다.
그러나 큰 사고 없이 무사히 다녀왔다. 그것으로 위원들의 역할은 다한 것으로 생각한다.
모두가 하나님의 은혜다. 하나님께 감사할 뿐이다.

2006-08-05 00:37